2014년 4월 14일 늦은 5시. CJ E&M센터
정문은 아니고 샛길 쪽인데 여기 청소 좀...
역시나 대기업 건물은 화려하다. 이래서 대기업 대기업 하나 보다.
신분증을 맡기고 받은 출입증을 찍고 들어간다.(최대한 긴장하지 않은 척 한다.)
'난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야' 하고 아주 잠깐 우쭐해진다.
엘리베이터도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
14층을 찍고 회의장으로 향한다.
여기 온 이유는 CJ E&M 주니어 크리에이티브 랩 OJT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CJ E&M 주니어 크리에이티브 랩( 이하 주클랩)이 무엇이냐?
방송, 영화, 음악, 공연, 게임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대중문화 코드와 최신 문화트렌드를 연구하고, 대학생만의 참신한 시각으로 향후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 업계가 나아갈 향방을 제시하는 대학생 그룹.
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설명이다.
모집 공고를 본 나의 첫 느낌은 사실 그러하다.
마케터즈, 홍보단을 표방하면서 대학생들을 모집하는 수없이 많은 대외활동을 본다. 딱 봐도 '을'일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의 입장을 이용하여 그들의 열정을 착취하고, 활동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경력에 쓸 한 줄?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주클랩은 조금 다른 느낌이다. 단순히 기업 차원에서의 과제를 팀별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문화 트렌드에 대한 스터디가 선행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설령 똑같이 착취당하더라도 내가 열심히 스터디한 것들은 그대로 남을테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지원 동기도 있다. 현재 뮤지컬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데 디자인 관련 능력자가 절실하다. 아무래도 전공이나 블로깅 경력으로 다져진 디자인 능력자가 뽑혔을 가능성이 높고, 그 중 한 명만이라도 섭외할 수 있다면!!!
이렇게 살짝 접근을 해본다.
헛개수는 빼놓을 수 없다. ⓒ CJ E&M 공식블로그
우리 님의 진행으로 OJT 시작.
시작부터 솔직하게 털고 들어간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도 홍보팀이고, CJ E&M이라는 기업 홍보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일정 부분 관련한 활동이 있다고.
대강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그럼 도대체 CJ E&M에서 왜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했을까?
학교도 아닌데 공짜로 공부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다.
CJ E&M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형태의 회사가 만들어 진 것은 2011년이니 역사는 매우 짧다.
그런데 문화에 관심이 좀 있다 하는 친구들은 다들 군침을 흘리는 회사가 또 CJ E&M이다.
뭔가 CJ E&M의 이미지는 이렇다.
대기업인데 대기업 같지 않음. 젊음. 창의적임. 즐거움.
그만큼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 나름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잘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특정 콘텐츠나 상품에 대한 마케팅보다는 CJ E&M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소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고, 주클랩도 문화 콘텐츠 분야의 선두주자이면서 미래를 내다본다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괜찮은 전략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본다.
강의실 분위기가 이랬다면 우리나라가 더 발전했을지도. ⓒ CJ E&M 공식블로그
홍보 담당 이영균 님께서 CJ E&M에 대해서 소개해 주신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
CJ E&M은 선대 이병철 회장의 확고한 신념을 지금까지 이어 오고 있다.
인상적인 말씀 중 하나는 문화는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문화 사업을 왜 하는 거지?
진짜 미치지 않고서야 해서는 안되는 일 아닌가?
다음에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쉽게 말해 CJ E&M이 꿈꾸는 바는 이런 모습이다.
당신이 세계의 어느 지역을 여행하고 잇다. 길 가던 어떤 사람을 무작정 붙잡고 물어 본다.
그 사람이 1년에 한국 영화 3~4편을 보고,
한 달에 한국 드라마를 1~2편 보고,
한국 음악을 10곡 이상 저장하고 다니면서 듣는 것.
문화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바로 문화 자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수익으로만 환산할 수 있을까?
주클랩으로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팀 과제 : 월 1회 E-MAGAZINE 제작 -> 1) 리서치 기반 기획 기사(메인 콘텐츠, 키워드 지정)
2) CSR(3개월 단위. 총 2회)
3) 그 외 다양한 콘텐츠
개인 과제 : 1) 개인 블로그에 월 3회 이상 CJ E&M 관련 소식 포스팅(재해석 가능)
2) 주클랩 팀 블로그에 개인 기획 기사 포스팅
과제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문화 콘텐츠, 트렌드 관련 리서치 및 스터디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앵글을 정하고, 구체적인 콘텐츠로 제작까지 해야 한다.
과정 자체가 벌써 "나 유익해" 이렇게 얘기한다. 짜식.
약 파는 거 아닙니다. ⓒ CJ E&M 공식블로그
OJT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기소개 시간.
짧게 하라는데도 다들 어찌나 말들이 많던지.
살아온 역사부터 다양한 관심사까지 늘어 놓는데 각각의 사연들이 다 콘텐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좀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그나마 내가 제일 멀쩡해 보이...)
이 광경은 뭐랄까... 음... 그래.
영화 '점쟁이들'에서 온갖 점쟁이들이 한 장소에 모이는 바로 그 장면. 딱 그 장면이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그래도 공통점은 확실해 보인다.
문화 콘텐츠에 미쳐 있다는 점.
10년 뒤에 언젠간 다들 만날 친구들이라는 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
"개인을 떠나 팀으로, 팀을 떠나 1기 전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내고 꽤 멋있다고 자화자찬한 이 말을 내 순서에 내뱉지만,
개인과 팀 위주의 활동으로 이루어지다보니 팀 이상으로서의 친목은 솔직히 어려울 것 같다.
또 디자인 능력자 섭외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이루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25人의 미친 것들이 직간접적으로 교류하면서 얼마나 많은 자극이 될지 기대가 된다.
활동이 끝나는 6개월 뒤 우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천천히 만들어 가자.
(ps.여기서 미친 '것들'이라 표현한 이유는 모두가 하나의 콘텐츠임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라고 수습을)
발 들고 있을 뒷줄 니네들 고생이 많다. ⓒ CJ E&M 공식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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